Deep Layer


- 2023 -
From April 14th to May 14th

Deep Layer


2023. 4. 14 - 5. 14 

 

아트스페이스호화는 신건우, 이동혁, 최지원, 코스타스가 참여하는 기획전 《Deep Layer》를 개최하며 파란색을 작품의 주요 컬러로 사용한 회화와 조각들을 한 데 모은다. 전시의 제목 'Deep Layer'는 바다의 심해층을 뜻한다. 블루와 블랙이 혼재하는 지구 최후의 프런티어 심해. 짙은 푸른빛의 장막으로 끝없이 에워싸인 심해는 굳건하게 영토화된 육지의 삶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여 현실의 이분법적인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주체는 경계 없는 그곳에서 끊임없이 미끄러지며 타자와의 우연한 접속을 통해 자아와 세계를 확장한다. 


전시 《Deep Layer》는 미지의 영역인 짙푸른 심해처럼 신비롭고 다층적으로 읽히는 파랑의 이미지들과 서사, 그리고 이들의 교집합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작업의 초석으로 삼아, 이를 각자만의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신건우는 종교적 모티브를 녹인 인물상과 좀먹은 듯한 형상 조각에 울트라 마린 컬러의 섬유질 혹은 안료를 곱게 분사 채색하여 존재와 부재의 공존을 나타내며, 이동혁은 기독교 문화에서 사용되는 상징과 버려진 공간 및 오브제가 결합된 스산한 풍경을 통해 믿음에 대한 의구심을 천착한다. 이들은 공고히 다져진 인류의 오랜 이야기에 의심의 촉을 던지며 이를 조각과 회화의 언어로 재구축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또 다른 두 작가는 삶에 관한 상반된 비가시적 영역을 각기 다른 붓질로 표현한다. 최지원은 매끈한 도자기 인형과 한 때 생이 깃들었던 곤충의 사체, 생물 모조품 등을 그러모아 청아한 푸른빛의 초현실적 구상화로 세련하며, 코스타스 파파코스타스는 검푸른 색의 일 획의 필치로 폭발하는 현존재의 에너지를 표출한다. 이들은 각각 살아있는 것의 무상함과 생동함을 담아내 생의 양가적 면모를 길어낸다. 


이렇듯 본 전시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미적 형식으로 파랑(blue)을 유람하며 식(蝕), 믿음, 죽음, 힘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불확실의 세계를 기꺼이 헤엄친다. 그것은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가는 일률적이고 수직적인 움직임보다는 좌우로 이동하는 횡적인 움직임, 혹은 목적없이 떠도는 배회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는 저서 『천개의 고원』에서 이러한 유목적 존재방식을 강조하며, 그것이 가능한 장소 혹은 모델로 바다를 지목한다. 바다는 어떠한 경계도 구분되어 있지 않기에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 전시의 작품들은 깊고 푸른 색조 외에도 ‘부재의 존재’라는 광대한 테마 속을 떠돈다는 점에서 그 태도와 실천이 바다의 속성과 닮아 있다. 전시 《Deep Layer》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고 이따금씩 겹치는 항해자 4인의 자유롭고 푸른 움직임을 주목하며, 새로운 지대로의 탈주로 당신을 초대하고자 한다. 




© Art 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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