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선


김나훔 개인전
2019, From August 14th to September 15th

 서울에서 회사생활과 그림 일을 함께 병행하며 약 6년간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창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이 안정과는 크게 동떨어진 불안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녔던 터라 그 감각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 즈음에 이런저런 현실적인 부분에 지쳐 마음의 병까지 얻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회사를 관두고 베를린으로 떠났습니다. 어쩌면 그림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반쯤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익숙했던 장소에서 벗어나 타국의 낯선 이들의 삶을 1년동안 접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삶을 객관화 할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독특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은 하나하나가 개성과 취향을 가진 특별한 존재이며 각자만의 길을 담대하게 즐기며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저 나답게 나만의 길을 가면 되겠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다시 내면에 창작의 욕구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시간들은 제 삶의 큰 전환기였습니다.


 일 년 간의 베를린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은 또 다른 느낌으로 제 감각을 일깨웠습니다. 수많은 인파, 높은 빌딩, 분주한 지하철 그리고 그 안에 각자의 표정들. 회사 생활을 하며 예전부터 질리도록 봐왔던 뻔한 풍경들이 전혀 다른 낯선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사람은 무언가를 낯설게 느끼는 순간부터 그것을 여행의 감각이라고 느끼는게 아닌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전시는 그 일들이 시작되기 직전의 그림과 그 과정, 그리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사를 한 현재까지 제가 보고 느꼈던 시선들의 매 순간들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회사를 관두고 여러 번 거처를 옮기면서 느낀 것은 내게 당연한 풍경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곳도 지나고 보면 삶의 여정 중에 찰나인 순간이며 우리가 맞닥뜨리는 매 순간이 우리에겐 짧은 여행인 것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낯설게 세상을 바라보다 보면 아주 가끔은 슬퍼질 때도 있지만 역시 삶은 소중하다는 값진 실감은 더 자주하게 됩니다. 이 전시를 통해 그런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나훔-



© Art 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
©Art 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