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ating Landscapes


- 2022 -
From August 19th to September 18th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8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김종숙 작가의 개인전 《유영하는 풍경들(Floating Landscape)》을 선보인다. 김종숙은 동양의 고전적 산수화를 크리스털이라는 현대적 재료를 사용하여 재해석한 회화 작업, '인공 풍경' 시리즈를 약 20여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인공 풍경 시리즈 초창기 작업부터 펜데믹 이후의 신작까지 총 15점의 크리스털 산수화를 소개하며, 작품 세계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크리스털 산수화를 통해 표현된 꿈결 속 낙원의 모습이 펼쳐지는 전시가 될 것이다. 


김종숙은 명멸하는 크리스털 산수화를 완성해 내기 위해 끊임없이 수공 노동을 반복한다. 우선 밑그림을 그린 뒤 여러 번 접착제를 코팅한 캔버스 위에 세필 붓으로 크리스털 알갱이를 수놓듯이 하나씩 붙여 나간다. 크리스털 입자가 모여 산과 물줄기를 이루며 ‘또 하나의 세계’를 빚어낸다. 때때로 오팔과 진주로 빚어진 순백색의 산풍경이 펼쳐지는가 하면, 강렬한 색조의 크리스털 라인을 한데모아 풍경 이미지와 함께 추상 패턴을 구성하기도 한다. 작가가 완성한 이러한 시각적 매혹은 관객을 화면 앞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캔버스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입자와 입자 사이의 작은 능선들이 만나 만들어진 요철을 발견할 수 있다. 크리스털의 솟은 부분과 꺼진 부분이 맞닿아 만들어진 엠보싱(embossing)이 무수한 빛의 산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관람객들은 휘황찬란한 산수화의 화면에 이끌려 캔버스에 다가감과 동시에 세포와 같은 수많은 입자들에 금방 손이라도 뻗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김종숙의 작품은 돋을새김과 같은 화면 연출을 통해 시각과 촉각이 결합된 경험을 유도하며, 다양한 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편, 각각의 산수화들과 거리를 두고 모든 작품을 천천히 관망하는 순간, 빛의 파도로 출렁이는 거대한 자연 경관이 온 몸을 휘감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이는 순간 경이로운 풍경이 허망하게 사라면서 또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병렬로 이어진 반짝이는 산과 들, 바다와 천, 꽃과 풀들은 관객의 신체적 움직임에 따라 유영(遊泳)하며 함께 춤춘다. 이렇게 개별 작품의 표면에 흐르는 빛 비늘들이 모여 정적인 공간에 생동감을 일깨워 내며, 관객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 같은 환상을 경험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 또는 실제와 가상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은 감각으로 무의식  안 세계를 마주하게 한다. 이처럼 김종숙은 작품에 내재된 시각적 풍부함과 관객이 보는 행위를 통해 몽환적 느낌을 극대화하며, 오랜 시간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매력을 지닌 작가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작가와 관객이 작품을 통해 깊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가장 원초적이며 우아한 미적 소통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영국의 문학자 로즈마리 잭슨은 “환상은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 속에 감춰진 틈새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틈새 공간은 현실에서 억압된 존재들이 비로소 가치를 발할 수 있는 공간이자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하고 뒤엎을 수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김종숙의 크리스털 산수화는 동양 예술사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산수화의 전형을 해체하며 보이지 않는 작은 틈을 만들고, 그 공간을 통해 탐미적인 방식으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는 꼭 완성된 버전이 아니라, 찰나를 포착한 미완성의 버전으로서 끊임없이 살아 숨 쉬고 확장된다. 그리고 우리는 작가가 전달하는 매혹적인 미완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가로질러 그 반대편에 위치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 전시는 작가 김종숙이 천착해 온 ‘인공 풍경’ 시리즈가 어떻게 진화, 변주돼 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오래된 동양 미술의 유산을 재해석해 동시대를 진동시키는 ‘유영하는 풍경들’(Floating landscapes)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김종숙 만의 예술 언어를 음미해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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