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낯선 순간
2024. 04. 26 - 05. 26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김지우 작가의 개인전 《어느 낯선 순간》을 개최합니다. 작가는 인물, 꽃, 동물 등의 대상을 순수한 시선으로 관찰하여,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자신만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본 전시는 그가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작업 활동을 시작하게 된 시기이자 발달 장애를 겪으며 자신을 마주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을 바라보게 된 시점의 자화상, 인물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두돌 무렵 발달 장애를 진단받고,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온 김지우 작가는 만 4세 때 펜에서 손 한번 떼지 않고, 순식간에 토끼를 그려내며 미술에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냈던 그는 그림을 통해 타인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며 스스로를 세상과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자녀의 예술적 소질과 잠재성을 빠르게 발견하고 이끌어내준 부모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예술은 흔히 소통이란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작품은 사회나 개인에 대한 작가 고유의 관점을 담아내며, 이를 통해 시사하는 바와 관람자들의 시선이 맞닿아 더 넓은 새로운 소통의 창이 만들어집니다. 김지우 작가가 그리는 자화상과 인물화도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문이자, 세상을 향해 소통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입니다.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작가는 2017년 자화상을 그리면서, 점차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그리면서 나를 들여다보면서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하게 되고, 이후에는 나 이외의 인물, 식물, 동물 등 점차 새로운 소재들에 대한 관심을 넓혀나갔습니다. 작업 초기의 연필 드로잉부터 수채화, 아크릴화, 유화 등 다양한 기법을 시도하면서 표현 방식을 확장했습니다. 일반적인 미술 표현 형식과 무관하게 특유의 밝고 붉은 색감과 선묘, 명암 표현이 돋보이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 세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발달 장애 작가의 특성상 그리는 주제, 기법, 채색 도구 등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에 대해 편안해지고 익숙해지기에 오랜 시간과 도전을 필요로 합니다. 김지우 작가는 스스로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긴 시간을 견뎌내며, 풍부한 예술적 역량을 펼쳐냈습니다. 2014년부터 44번의 전시에 참여하며, 꾸준히 작업 활동을 해온 김지우 작가는 올해 데뷔 10년차 작가이기도 하며, 그림책 삽화가이자 캐릭터, 이모티콘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이번 전시 《어느 낯선 순간》에서는 장애의 유무를 떠나 작가가 자신을 마주하게 된 순간부터 궁극적으로 작가라는 여정을 시작했던 것처럼 전시를 찾은 관람객 여러분들도 나를 가두는 사회의 관습적인 편견을 깨고 새로운 자신 찾아가는 기회가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