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언어


오흥배 개인전
2019, From March 06 to April 14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욱 소중하다. 죽음은 삶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그 정서적 의미가 깊어진다. 작가 오흥배는 이미 생명을 다한 꽃에 대한 극사실 묘사를 통해 삶과 죽음의 대칭성을 풀어낸다.  


17세기 네덜란드와 벨기에 북부에서는 ‘바니타스(vánĭtas)' 정물화가 유행했다. 종교전쟁으로 오늘 내일의 삶이 담보되지 않는 국면 속에서 해골, 시든 꽃, 꺼진 촛불, 시계나 거울과 같은 것을 표현하며 ’유한한 삶의 허무’를 표현했다. 이 정물은 단순히 죽음의 지배력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직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작가 오흥배는 이러한 바니타스 정물 양식으로 한때는 아름다움이 만발하였으나, 이제는 에너지를 잃고 말라비틀어진 꽃을 그린다. 그런데 여기에 한층 더 깊게 들어가서 사물에 대한 극도의 정밀묘사를 통해 그것이 아직 생기를 완전히 잃지는 않은 순간을 표현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시간성이라는 요소를 통해 의미 있게 소화해내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시들고 말라버린 꽃은 쓸모없는 쓰레기가 아닌, 또 다른 생명력과 존재감을 일깨워주는 매개가 된다. 유한한 아름다움과 삶에 대한 표현이 역설적으로 그의 화폭에서 또 다른 삶과 존재에 대한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 그런데 이 봄도 만물이 쉬어가는 추운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고 또 언젠가는 소멸할 것이다. 매서운 겨울을 지나왔기에 봄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며, 봄을 지나 여름과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이 찾아 올 것이다. 우리 삶의 유한성과 시간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가 오흥배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언어를 더욱 깊게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트살롱갤러리-



© Art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

Design by Studio Nongraphic

©Art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