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형의 운율


키야킴 개인전
2019, From July 19th to August 11th

매체의 분열과 재구성을 지향하는 작가

 

키야 킴 자신이 작품세계에 대해 남긴 메모 중에 가장 대표적인 표현이 있다면 ‘몰입’(immersion)이라는 개념이다. 그녀는 “모든 사물은 대상 자체의 목적과 기능을 해체하는 것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태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어떤 재료나 주제라 할지라도 끊임없이 분해하고 낯설게 하고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는 현대 매체 철학자들의 입장과 닮았다. 사물의 연결은 그것이 상징하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의식 간의 연결일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세계 간의 연결이 될 수 있다. 키야 킴은 분열(fragmentation), 집합(gathering), 병치(juxtaposition), 구성(composition)과 같이 포스트 모던 철학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개념들을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키는데, 이것을 통해서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경계가 모호한 감정들이 작가와 청중의 해석을 통해 화면 안에 편집되는 것”이다. 무엇인가 애매한 것, 정확하게 속성을 규정지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창의적 재해석을 통해 “삶의 표피적 경험들과 내적 방황의 이야기들을 버무려 인코딩(encoding)하는 것” 또한 키야 킴의 정체성이자 작업 철학이다.


키야 킴의 삶 자체도 끊임없는 분열과 재구성을 향한 도전이었다. 순수 회화에서 패션 스타일링(FIT) 으로, 다시 현대 회화를 위한 연구 과정(SVA)의 길로 유영(游泳)하는 가운데에서 작가는 ‘아트패션’ 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고, 자신만의 감성적인 평면 작업과 아트토이 같은 것들을 과감하게 선보였다. 예술계 밖의 사람들에게는 “저게 과연 작품일까” 또는 “작품 속에서 어떻게 주제를 읽어내야 할까” 고민하게 할 법한 작품들을 예술계 안의 사람에게는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것도 작가의큰 능력이다.


‘나’를 잃어버린 시대, 자신을 표현 주제로 삼다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고민하는 시대에 ‘나’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을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것 또한 키야 킴의 창의성이다. ‘이것은 나의 웃음입니다’(this is my laugh)라는 작품을 전시할 때처럼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작업의 큰 맥락으로 삼는다. 추상화된 상황이나 타자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객관화하고 다양한 버전으로 쪼개서 그려내는 것이다. 매일매일의 트렌드가 작업 방식과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까지 바꿔 버리는 패션계의 룰과 정 반대로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그녀의 자기중심성은 ‘나’를 잃어버린 시대에 묘한 치유의 효과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주로 선보이게 될 키야 킴의 작품은 바비 인형과 갖가지 소재들을 결합시킨 앗상블라주 작품들이다. 바비 인형은 그녀의 ‘아트토이’ 연작에서 출발한 것으로 서구 사회에서 미(美)와 환상을 추구하는 여자 아이들의 자아 충족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진 폐품에 가까운 다양한 소재들을 접합한 이미지들은 그녀만의 새로운 의미 부여이자 스토리텔링이다. 미에 대한 동경이라는 맥락과 폐품을 통한 변주는 키야킴 특유의 유머 내지는 슬랩스틱(풍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정형의 운율’ 전시에서는 그동안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키야 킴이 선보였던 추상 작품들, 패션과 예술과 결합을 시도한 작품들과 함께 바비 인형 창작을 바탕으로 키야 킴만의 노래가 선보여질 것이다.


-아트살롱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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