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offset


김영재 개인전
2019, From October 16, 2019 to November 10

 작가 김영재의 작업 방식은 확실하다. 이른바 ‘미술사’를 본인의 화폭에 담는 것이다. 앵포르멜이나 단색화, 기하추상과 같은 미술사 계보에서 주요 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겹치고 갈아내고 또 겹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그러한 형상을 표현하는데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마스킹 필름을 칼로 오리고 그것을 화면에 옮겨 그 위를 페인팅하고 뜯어낸다는 점이다. 화면과 물감 사이에 마스킹 필름을 삽입함으로써 최대한 작가의 주관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동양화를 전공한 그가 하나의 선을 그을 때도 긋는 사람의 심신이 반영된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작업함으로써 선배 작가들의 작업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는 것. 그 때문에 고도의 집중력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 작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화폭 안에 선배 작가들의 작품이 겹치고 또 겹쳐진다. 이때 선택된 작가와 작품, 그 순서를 나름대로 구성하면서 맥락을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 자체가 선배들의 작품을 담은 레퍼런스가 되는 것이다. 전 사조의 토대 위에 새로운 사조가 생겨나며 그렇게 적지 않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한 시대 안에 쌓여 나간다.


 김영재의 작품 속에서 여러 층(層)에 걸쳐 이미지가 겹치는 형상을 관찰하면서 감상자는 한 가지 의식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은 추상인가, 아니면 구상인가” 그의 작업에서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의 추상은 단순히 추상이 아닌 이미 아이코닉화 되어있는 선배 작가들의 추상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며, 때문에 그것은 실존하는 구상인 것이다.

미술사의 흔적들이 마치 점과 점처럼 이어지는 김영재의 작업은 여러 거장들의 이야기가 겹침(off-set)과 동시에 작품 속의 세계관이나 정체성이 복잡한 형태로 얽히면서 발전한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서 있는 땅도 과거가 겹겹이 쌓여 현재와 혼재하는 것이리라. 여러 이미지들의 겹침 속에서 작가는 계획성과 즉흥성, 기지(旣知)와 미지(未知)의 상황을 오가며 변주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아트살롱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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