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순간들


강태구몬, 노경화, 민경희 단체전
2020, From December 09th to January 24

 올 한해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바이러스로 인해서 개인의 일상 생활이 마비되고, 전 세계 국경이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1년간 지속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또 새롭게 적응하고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무서운 상황은 익숙한 공간과 사람도 경계하도록 만들었고, 동시에 공동체 생활을 지양하게 만들었다. 이번 전시 제목이 의미하는 ≪지속되는 순간들≫은 본 전시 참여 작가들이 지향하는 세계관을 의미하는데, 일상 속 오브제를 차용해서 새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물리적 순간의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이미지로 포착하거나, 쉽게 동화될 수 있는 추상적 감정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지속되는 일상 속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강태구몬은 미디어를 통해 범람하는 인스턴트 이미지와 자신의 기억을 차용하여 캔버스 안 화면을 채운다. 일상 속 흔히 쉽게 볼 수 있는 오브제 또는 장소 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재된 이미지와 사물의 뒤엉킴은 동시에 낯설게 느껴 지기도 한다. 거친 터치감과 강렬한 이미지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더욱 더 극대화 시킨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 속 사물을 ‘found object’로 변형시킴으로써 사물을 통해 작가가 느끼는 즉흥적 영감을 작품화 한다.


 노경화는 물리적 세계의 변화에 따른 인간이 가진 유한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늙어 가고, 이에 따라 외면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변해 간다. 작가는 기억하기 위해 존재 가능한 이미지 즉 유한한 이미지로 전환한다. 미디어에 의해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에 노출되지만, 기억되고 박제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이미지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간다.


 민경희는 일상 속 순간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포착하여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작품 안에서 소중하다고 표현되는 평범한 일상들이 요즘의 고립된 시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닿게 만든다. 작품마다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모두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듯 하다. 또한 인물의 표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관람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남겨 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서사를 작품에 가감 없이 드러내어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는 것은 곧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여 주는 독창적인 세계관은 본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전달되어 삭막하고 어려운 시기를 견디어 낼 수 있는 마음의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 Art Space Hohwa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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