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Impose


- 2021 -
From January 11th to February 27th

《Super-impose》는 기존의 이미지를 분해, 재구성하여 새로운 장면으로 구축하는 젊은 두 작가의 현대 회화 실험을 조명하는 전시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들은 디지털과 몸을 오가는 제스처의 혼용(박현정), 분절된 조각적 회화(이미정)를 통해 이미지를 낯설게 제작한다. 각각의 조형언어로 비틀어진 이미지는 화면 구상의 연속성에 혼선을 주며, 보편적으로 읽히던 맥락에서 비껴간다. 두 작가는 탈맥락된 형상을 통해 어떤 정치적인 이야기를 발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이미지를 미술적으로 변형하는 행위와 그 결과물의 리듬, 그리고 그것이 전시 공간 안에서 일으키는 파장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Super-impose》에서는 박현정과 이미정의 세련된 이미지 번역과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지의 판단에 주목하고자 한다.


박현정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이미지 속 우연한 조형적 요소들을 채집하며, 이것들을 다시 손으로 편집하고 조합하여 회화나 조각 등의 물질 매체로 구현한다. 이미지 요소 그 자체를 기호로서 활용하는 박현정의 화면은 주제부와 주변부의 위계가 없다. 검정색면 도형과 화면을 파열하는 듯한 얇은 선, 그리고 에어브러쉬 분사로 인해 경계가 뒤섞인 배경색은 서로 동등한 값을 차지하며 감각적 화면을 이룬다. 전시 《Super-impose》에서 작가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미지를 조작한다. 그림 속 특정한 모양을 프레임 바깥으로 끄집어 낸 철제 투조(Pierced work) 작품은 이미지 요소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오렌지색 조각 뒤의 짙은 코발트 블루색 벽면은 주인공의 배경으로 종속되지 않으며, 이들은 상호 의존한 채 거대한 추상화면으로 끌어올려진다. 한편, 박현정은 본 전시에서 커다란 화면을 다양한 크기의 유닛 회화로 파생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디지털 툴 브러쉬를 이용해 스케치한 뒤 이를 분절하여, 그 중 11개의 조각을 다시 종이 위에 회화로 옮기는 방식을 따른다. 전체적으로 11점의 그림들은 한 개의 화면으로 이어지지만, 일부 조각의 누락으로 인한 여백은 관객에게 또 다른 이미지 서사를 직조하게 만든다. 박현정은 이렇듯 디지털과 몸을 사용한 이미지 조작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취함으로써 회화적 시퀀스를 변형시키며, 계속해서 그 다음 막(scene)으로 나아간다.


이미정은 사회 현상이나 문화 지표에서 읽히는 동시대적 사고와 미감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작가만의 시각언어로 재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미끈하게 채색한 합판을 조립하여, 전형적 이미지를 모방하면서 해체한다. 이런 식으로 본래의 역할을 배반한 사물들은 익숙한 대상에 대한 인식 체계에 틈을 만들며, 관객이 이미지 번역의 행위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 《Super-impose》에서 이미정은 '픽쳐레스크 picturesque'를 매개 삼아 그의 방법론을 새로이 전개한다. 서양미술사에서 등장한 개념인 픽쳐레스크란 흔히 말하는 '그림같은 풍경'을 일컬으며, 눈에 보기 좋은 것들을 조합한 이상적인 자연 풍경을 말한다. 작가는 이와 같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이 소비해온 대표적 풍경 이미지를 땅, 바다, 하늘, 초목 등의 요소로 나눠 모듈화하고, 이를 다시 조립한다. 각각의 파츠(parts)들은 개별적으로 기능하면서도 하나의 도톰한 화면으로 압축되기에 가변적 회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조합된 조각들은 전시장 벽에 칠해진 색면과 만나 연극적 장면으로 출력된다. 한 개의 화면 위에 조밀한 붓질로 완성한 풍경화가 아닌, 미끈하고 분절된 파츠로 이뤄진 조각난 풍경들. 이미정은 《Super-impose》를 통해 우리의 시각이 빠진 익숙함과 즐거움의 함정에 경련을 일으키며, 기존의 맥락을 탈위한 시대적 이미지를 통해 무한한 대체의 유희를 선보인다.


전시명 《Super-impose》는 ‘중첩하다’라는 뜻으로, 하나의 화면에 두 개 이상의 이미지를 겹치는 영화 영상 기법을 말한다. 이러한 방법은 여러 겹의 공간과 다중적 시간을 나타내는데 있어 용이하기에, 감상자로 하여금 사건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본 전시에서 두 작가는 디지털 툴과 손, 평면과 조각을 이용해 본래의 이미지를 분쇄하고, 그것을 이루는 요소들을 포갠다. ‘중첩’을 통해 완성된 이미지는 납작한 평면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전시공간을 이색적으로 굴절시키고, 환영적으로 변모한 무대는 다른 면면을 한 채 관객 각자만의 세계로 전치될 것이다. 《Super-impose》는 두 작가의 시각적 유희로 말미암은 감각적인 이미지-장면들을 통해 은폐된 미로 속 보물을 찾는 것 같은 감각을 선사하고자 기획되었다. 박현정, 이미정 2인의 시각언어로 놀이한 이미지를 감상하며 저마다의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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